획에 담은 우리 문화, 

꽃신체를 만든 김정진



 

직선적인 서양 문화권의 서체와 섬세하고 곡선적인 동양 문화권의 

서체를 보며 우리 문화를 담은 서체를 꿈꿨습니다. 

서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획에서부터 우리 문화의 특징을 느껴볼 수 있도록, 

강약이 적어 곱고 차분한, 부드러운 곡선미가 살아 있는 획을 세웠습니다. 

한국 문화를 담은 글자를 꾸준히 선보이는 것으로 언젠가 우리 서체 디자인을 

대표하고 싶다는 김정진과 꽃신체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Q. 언제 자신이 ‘글자쟁이'라는 것을 실감하나요? 

A. 글이 아니라 글자의 표정을 읽고 글자의 목소리를 들을 때. 

글자를 좋아하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지나가면서 간판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할 때 

내용보다는 먼저 글자의 형태에 눈이 가게 돼요. 

글자만의 표정과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죠. 

아무래도 제 머릿속에는 글자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Q. 잘 지내셨나요? 

요즘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근황이 궁금했어요! 

A. 궁금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년부터 매일매일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올리다 

보니까 제가 이렇게 좀 뜸하면 근황을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저는 원래 레터링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체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요즘에는 서체 만드는 일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또 금방 새로운 레터링으로 찾아올 겁니다. 



Q. 3년이라니, 정말 오래되었네요! 그만두고 싶은 때는 없으셨는지? 

A. 정말 많았죠! 웹툰 작가처럼 마감에 쫓기는 느낌도 들고 

스스로 부담을 느끼게 될 때 그만두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제가 하는 작업이 

평가를 받기 위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재미를 위해서 했던 일이라는 걸 상기합니다. 

잠깐 쉬는 시간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즐겁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Q. 회사에서도 서체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온통 글자뿐인 일상이 빡빡하게 느껴지지는 않으신가요? 

A. 지금은 좀 해탈한 것 같아요. 무의식중에 손을 보면 뭔가 하고 있는 그게 

레터링인 경지라고나 할까요! 좋거나 싫다는 가치 판단 없이 멍 때리다 정신을 차리면 자연스럽게 

글자를 그리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점점 더 헤어 나오기 어려운 글자쟁이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Q. 정진 님께서 2020년 완성한 꽃신체는 어떤 서체인가요? 

A. 서체라고 하는 것은 각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양 문화권의 영문 서체를 보면 직선적이고, 동양권의 일본어 서체들을 보면 섬세하고 곡선적인 특징들이 있죠. 

각 나라의 문화에 맞는 서체가 있듯, 우리나라만의 문화와 감성이 담긴 서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꽃신체는 그런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던 서체입니다. 



Q. 꽃신체의 어떤 부분에서 우리 문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나요? 

A. 서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획에서부터 우리 문화의 특징을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강약이 적고 곱고 차분한, 부드러운 곡선미가 살아있는 획을 세웠고, 

유연한 시선과 차분한 깊이, 소담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Q. 소문에 의하면 대학 졸업 전시 시절의 꽃신체가 정진 님의 흑과거가 될 수도 있었다던데…. 

A. 수습하는 데 6년이 걸렸습니다. 초기에는 꽃신체를 제가 대학교 졸업 전시로 준비했던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굉장히 화려했고 꽃신이라는 게 빨간색이니까 불꽃이 휘날리는 느낌으로, 뾰족뾰족한 서체로 디자인했었죠.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지만 글자에 문화를 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이론으로 정립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서, 객관적으로 작업을 다시 보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저만의 이론을 확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Q. 서제 디자이너 김정진, 앞으로 꿈이 있다면? 

A. 꽃신체가 전국 꽃집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웃음) 농담이고요, 아무래도 꽃신체가 우리 문화와 감성을 담아 만든 서체인 만큼,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이 제 글자를 보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를 알리는 곳에도 사용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더 큰 꿈이 있다면 좋은 가치를 담은 서체를 만드는 것입니다.